최근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호주 영주권을 받은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호주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호주에 정착할 수 있게되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아 웃음만 나온다.
지난 10년 넘게 해외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경함하듯이 나도 비자때문에 여러 고생을 했었다. 국내 전문대 졸업생으로 일반 4년제 학사를 가지고 있지않아, 싱가포르에서 제일 낮은 비자(WP) 로 시작했었다. WP 비자의 경우, 보통 싱가포르에서 워커들 (건설 현장 노동자들)과 메이드들이 받는 비자로 사회생활에 여러 제한이 있다. 예를 들면, 핸드폰을 2년 약정으로 구매하는 게 제한되었으며,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몰래 도망(?) 가지 못하도록 여권을... 이런 표현이 좀 그런데 압수하여 따로 보관하기도 했다. 물론 휴가를 받을 경우, 회사에 공지 및 허락받고 여권을 다시 받을 수 있었지만, 한국인으로서 이러한 대우를 받으면서 해외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이 정말 속상했다.
그 이후에 중간 비자인 SP 비자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회사에서 외국인을 SP 비자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쿼터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쿼터가 없는 회사로 이직을 할때에는, 다른 비자만 대주는 회사를 통해 이직할 수 있었으며, 나는 이 회사 소속이 아니라 계약직이라는 계약서도 따로 써야했다.
호주에서도 비자에 대한 제한은 여전했다. 1년 전, 엄청 큰 외국계기업에 면접을 볼 기회가 주어졌고 면접이 잘 진행되어 2차 프리젠테이션까지 진행되었다. 나도 그만큼 시간을 많이 쏟아 정성스럽게 준비했고, 그 회사에서도 나를 매우 채용하고 싶어했으나, 나의 비자 문제로 인해 결국 채용은 무산되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며, 호주 생활도 막막해졌다. 물론 나와 내 남자친구는 정리해고의 물결 속에서 월급삭감을 겪으며 살아남았지만 불안한 앞날에 대한 걱정은 여전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CEO 에게도 신뢰를 얻는 직원으로 성장하였다. 이를 발판삼아, 올해 2월 그는 회사에게 영주권을 스폰서해줄수 있는지 물어봤고, 회사는 흔쾌하게 동의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호주 영주권 (Subclass 186)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타임라인은 최대한 빨리 제출하는 방향으로 했지만, 준비해서 제출해야할 서류가 워낙 방대하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제출은 4월 30일에 하였고, 그 뒤에 3개월 정도 지난 8월 5일에 영주권을 받았다.
호주 영주권 신청 및 서류 준비과정:
2월 중순~말: 회사에서 186 비자 스폰서 확정 및 에이전시와 첫 연락
3월: 서류 준비: 자잘한 서류까지 다 필요했는데 큼직큼직하게 써보자면,
- 해외 범죄 경력 증명서: 대한민국,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와 싱가포르는 호주에서 지문을 찍어 우편으로 보내야 하기에 호주 경찰서에서 지문 예약을 하려고 봤더니, 코로나 시국인지라 5월이 제일 빠른 날짜였다..일단 지문 예약하고, 경찰서 사이트를 매일 들락날락하며 새로고침하다가 다행히 3월에 취소 나온 날짜로 예약 변경!)
- IELTS 시험
(온라인으로 시험보면 결과가 더욱 빨리 나온다길래 가차없이 온라인으로 3월에 시험 예약 > 한번에 원하는 점수 받음)
- 회계사 자격증명
(남자친구가 회계사이기에 회계사 자격을 전문 기관에 증명받아야 했는데, 증명받으려면 IELTS 영어 성적이 나와야 했고, 영어성적 나와서 제출 및 증명까지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림. 4월 중순에 증명이 나옴)
- 신체검사
(나는 482 비자를 연장하면서 올해 신체검사를 받았지만, 남자친구는 내 비자덕분에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이게 결국 문제가 되었는데, 남자친구 제일 빠른 신체검사가 7월 초였다는 사실..)
- 연인 관계 증명
(둘이서 같이 스폰서를 받는 거라, 연인이라는 관계 증명을 해야했다. 482 비자 받으면서 다 했던 과정들이라 어렵지 않았음)
- 지난 10년간 방문한 국가 리스트
(여행 광이라 진짜 리스트가 길었는데, 그나마 지난 1년 넘게는 코로나때문에 여행을 못해서 482 비자 갱신이후로는 따로 업데이트할 내용이 없었음)
4월 30일: 모든 비자 서류 제출 완료
5월: 이민국으로부터 빨리 신체검사를 완료하라는 재촉을 받음. 에이전시도 이런 재촉은 처음이라 당황 ㅋ 신체검사 예약날짜를 변경하려고 해봤지만 취소되면 바로 다른 사람들이 예약해버리는 바람에 변경을 못함
6월 중순: 186 ENS 노미네이션 받음, 단, 회계사 증명 서류를 더 제출하라는 요구가 있어서, 당황.. 다시 회계 증명 기관에 연락해서 알아봤더니 더 이상 추가적으로 증명해줄 서류는 없다는 단호박을 들음
7월 초: 남자친구 신체검사 완료, 그 다음부턴 하루하루 기다리는게 얼마나 힘들던지, 특히나 이민국으로부터 재촉을 받았던 상황인데 결과가 생각보다 지연되 초조해지기 시작
7월 말: 4주가 되자 남자친구는 결국 에이전시에게 연락을 했고, 보통 제출일부터 6개월에서 9개월 정도 걸리니 그냥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음
8월 3일: 갑자기 연락온 에이전시, 제출한 회계 증명 서류가 에러가 있어서 이민국에서 열람하지 못했고 그것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음, 에이전시는 다시 서류를 재재출
8월 5일: 영주권 확정
영주권을 받게 된다면 집안에서 춤을 추겠지? 그 동안 고생한것에 대해 감정이 복받쳐 울지 않을까? 이런 별별 이야기를 하며 3개월을 기다렸다. 그러나 영주권을 받은 그 날 아침은 우리가 그 동안 상상해왔던 '그 날' 과는 달랐다. 오전 8시 평소처럼 일어나, 집 주변의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갔다. 커피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오늘 혹시 영주권을 받지 않을까? 라는 농담을 했다. 그 이후 2-3분 뒤, 그는 갑자기 핸드폰을 보더니, '좋은 소식을 알려줄까?' 라고 했으며, 나는 무심하게 '영주권이 나오기라도 함???' 이랬는데 맞았다. ㅋㅋ 비자 프로세스를 맡았던 에이전시가 오전 9시도 안되서 우리에게 'congraturations!' 라는 문자를 보내며 영주권 취득을 알린 것. 갑작스럽게 들려온 좋은 소식에 기분은 얼떨떨하기만 했다. 이게 사실이냐고 계속 되묻기면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날 오전내내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자때문에 고생했었는데, 이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지난 3개월 영주권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기간은 정말 힘들었다. 내 회사 동료는 4월에 2주만에 영주권을 받았기에 우리도 빨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회계사 증명 서류에서 에러가 생김으로 지연이 되버렸다. 물론, 남들에 비하면 3개월만에 영주권을 받은것은 행운이다.
소문에 의하면 코로나 시국인지라 onshore 지원자들이 좀 더 유리하다고 하며, 직종과 경력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남자친구의 직업인 회계사가 호주에서 필요한 직종리스트에 포함되는 직종이고, 경력에 10년이 넘었기에 빨리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영주권을 받음으로서 호주 정착을 위해 해야할 일들이 천지지만, 엄청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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